지난 한 달간 총기 난사가 연거푸 발생했습니다. 애틀랜타의 스파, 콜로라도의 슈퍼마켓, 인디애나폴리스의 페덱스 창고에서 벌어진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이 총기 폭력 문제로 시름한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한 건 이상의 총기 난사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인 대다수가 어떤 형태로든 총기 규제에 찬성하지만, 변화는 더뎠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에는 사람보다 민간 총기가 많습니다. 미국인 100명당 총기 120.5정이 있는데,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총기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인 예멘, 그리고 그 다음인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는 각각 인구 100명당 52.8정, 39.1정의 총기가 존재합니다. 총기 소지 및 사용과 관련해 미국의 50개 주와 7개 속령에서 제각기 다른 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미국 수정 헌법 제2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미국 역사 이래 이 조문은 개인이 아닌 주 민병대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왔습니다. 따라서 주나 속령의 입법기관이나 미국 의회가 총기 규제 여부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워싱턴 DC 대 헬러’ 사건에서 보수 성향의 미국 연방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수정 헌법 제2조가 민간인의 총기 보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4,542명이 총기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치에는 자살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현실을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총기로 인한 자살과 타살을 합산하면 이 수치는 38,396으로 폭증합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기 접근성과 자살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코네티컷 주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총기 규제법을 도입한 이후로 자살자 수가 15.4%나 감소했습니다.

‍총기 규제 찬성론자들은 총기 구매 희망자의 신원조사 강화, 특정 공격용 총기 판매 금지, 거의 제한 없이 민간 총기 판매를 허용하는 법률상 미비점 보완 등을 주장합니다. 대체로 민주당 측은 이를 지지하고, 공화당 측은 반대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지언정, 총기 폭력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총기 폭력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명백히 하나뿐입니다. 바로 총기의 수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입니다. 1996년과 2002년에 오스트레일리아는 총기 규제법을 도입하면서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총기를 전량 회수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이 법 덕분에,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총기 수량을 대폭 감축하는 조치는 입법자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로부터도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그토록 총기 보유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문화적, 역사적 이유가 있습니다. 예컨대 오늘날에도 많은 시골 지역 고등학생들이 개학 전 부모님과 사냥을 나갑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두운 측면도 있습니다. 일부 남성 총기 보유자들은 총기를 남성성의 필수적인 요소로 여깁니다. 도래하는 “인종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총기가 필요하다는 인종주의적 음모론도 온라인 총기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일부는 총기 보유는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 범죄는 줄어들고 있으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기 보유자들은 침입자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해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총기 보유자들이 정부를 견제하지 않으면 미국이 폭정에 시달릴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튀니지에서는 총기 보유율이 매우 낮음에도 시위를 통한 민주 개혁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피상적입니다. 미국이 총기에 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기 전까지, 총기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