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 진출한 첫 한국계 미국인 여성들

2021년 1월부터 저는 사회정의 콘텐츠를 올리는 패션프루트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거기서 올린 글은 여기에도 동시에 올리고 있어요. 저는 글을 영어로 썼는데, 정주영 씨가 한국어로 번역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원래 포스트는 여기서 읽을 수 있어요.


2021년 4월 20일

1789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의회에 진출한 한국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월부터는 세 명으로 늘었습니다. 2020년 11월 실시된 미국 하원 의원 선거 결과,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의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과 영 김(한국명 김영옥)이, 워싱턴주에서 민주당의 메릴린 스트리클런드가 당선된 것입니다. 한국 언론에서도 이 역사적인 선거 결과를 다룬 것은 물론이고, 세 신진 의원들의 당선 후 활동까지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언론에도 오르내린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 어떤 정치인일까요?

서울 출생인 메릴린 스트리클런드는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인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스트리클런드가 겨우 다섯 살이었을 때 그의 가족은 워싱턴주에 위치한 도시인 타코마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스트리클런드는 타코마의 첫 아시아계 시장이 되었습니다. 스트리클런드는 ‘중도파’로 분류되며, 재정보수주의와 문화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민주당 내 정파인 ‘신민주연합’의 일원입니다. 시애틀 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면서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을 겨냥한 세금의 도입을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리클런드의 당선 후, 공화당 소속이자 첫 한국계 의원이었던 제이 김(한국명 김창준) 전 하원 의원이 그의 정체성을 공격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뭔가 한국 사람 같아 보이지 않고, 또 남편이 흑인이고 … [앤디 김 의원은] 부인도 아랍계이고 … 100% 한국 사람이면 더욱 좋겠는데, 저와 같은 순종이면”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스트리클런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평소 한국계로서의 자부심을 적극 드러냈습니다. 2021년 1월 치러진 하원 의원 취임식에서는 한복을 입고 선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 김은 2018년 오렌지카운티 지역구에서 길 시스네로스에 석패했으나, 2020년에는 선거기금 모금 규모에서 150만 달러의 우위를 점하며 당선되었습니다. 인천 출생인 김 의원은 성소수자에 대한 주거 및 노동 차별 방지 법안과 낙태 합법화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고, 코로나19 관련 부양책에도 찬성하지 않는 등, 보수 성향의 공화당원입니다. 그러나 마냥 당의 의견만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트럼프의 코로나19 관련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고, 미성년 추방유예 제도(DACA)와 학자금 대출 면제에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미셸 스틸 또한 영 김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오렌지카운티의 하원 의원이 되었지만, 정치적 입장은 훨씬 보수적입니다. 두 의원 모두 동성혼, 낙태,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오바마케어)을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스틸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해왔습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의 와중에도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고, 그의 딸이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고 동성혼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다니던 대학을 억지로 옮기게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 김 의원과 미셸 스틸 의원 모두 최근 반이민 성향의 세리 김 텍사스 공화당 하원 의원 후보에 지지를 표한 뒤 곤경에 처했습니다. 공화당 보수파인 세리 김이 “[중국계 이민자가] 미국에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중국 이민자들은 우리의 지적 재산을 훔치고 코로나바이러스를 퍼트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나는 한국인이니 이런 말을 해도 된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입니다. 김 의원과 스틸 의원은 김 후보의 발언을 규탄했지만,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았습니다.

‍우파 정치인들이 한국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전통주의적 보수주의자로 묘사하긴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이와는 다른 현실을 보여줍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지지했고, 이 경향은 해가 갈수록 강해졌습니다. 2020년 선거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63%가 조 바이든에 투표했고, 31%만이 도널드 트럼프에 투표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의 좌파적 성향이 강해진 것은 그들의 종교적 색채가 약해지면서, 대체로 보수 성향을 띠는 한국 교회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미셸 스틸 하원 의원, 영 김 하원 의원,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 의원은 앤디 김 하원 의원과 함께 한국계 미국인 군인이었던 김영옥(김 의원과는 동명이인)의 공로를 기리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부정한 마크 램지어를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세 의원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자주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도 좌파 성향인 스트리클런드 의원과, 강경 우파 성향인 김 의원, 스틸 의원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적기 때문입니다.


소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